유끼가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어제 저녁 5시 30분쯤에 유끼가 하늘나라에 갔어요.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서 어제는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새벽이 되니까 그제야 우리 유끼가 옆에 없다는 게 실감나네요.
우리 유끼는 참 효녀에요. 주위사람 힘들게 하지 않으려고 아주 빨리 서둘러서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어제 아침 잘 먹고, 푸푸, 피피도 잘하고, 간식먹고, 일광욕하고, 유끼 특기 둥실둥실 춤을 추더니 오전 11시 30분부터 딸꾹질을 하더군요.
그러더니 숨이 좀 가빠지는 것 같아서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어요.
병원을 가는 동안에 숨이 더 가빠지고 병원에 가서는 숨을 너무 어렵게 쉬더라구요. X-레이랑 혈액검사가 좋지 않았어요.
유끼가 나이가 많아서 (이제 몇달 지나면 15살이 되죠.)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해서 멈추고 있는 거라고...
오늘 아침만해도 멀쩡했는데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마치 시한폭탄 터지는 것 처럼 기능이 정지된다고 하더군요.
몇 개월전에 피검사랑 다른 검사에서 모두 정상이었거든요.
큰 종합병원으로 옮겨서 산소탱크에 들어가서 경과를 보자고해서 선생님이 모든 자료 넘겨주고 리훠럴 폼 쓰고 차에 타니까...
유끼가 이번엔 코에서 피를 흘렸어요. 유끼를 안고 있던 간호사가 다시 급하게 병원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아무래도 큰 병원으로 못 갈것 같다고. 차 안에서 숨을 거둘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유끼가 효녀라서 제가 운전하다 놀랄 것 같아서 그랬나봐요. 다시 산소 마스크 쓰고 경과를 지켜보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심장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심장 박동이 멈추더군요.
저보고 편히 보내주라고... 지금 많이 아플꺼라고.
제가 평소에 결심한게 있거든요. 만일 우리 유끼 힘들게 되면 제 욕심에 붙잡지 말자... 편하게 보내주자... 그래서 그 자리에서 결정했어요. 우리 유끼,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 보이니까... 아픈거 멈추게 해주고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구요. 심장이라서 어떻게 달리 손을 쓸 수 없는 일이라서...
다행히 아프지 않게 제 품안에 안겨서 편히 잠들다 그렇게 갔습니다.
우리 유끼 암 걸릴까봐, 신장 나빠질까봐, 관절 아플까봐... 그렇게 검사하고 신경쓰고 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심장이 기능을 다해서 멈추어 버리네요.
유끼가 제일 좋아하는 게 낮잠 자는 거에요. 저 위에 사진처럼 아주 행복하게 포근한 모습으로 잠들었습니다.
유끼 때문에 룸메이트 따라서 산호세로 이사왔고
유끼 때문에 우리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유끼 때문에 우리 남편이랑 결혼하게 되었고
유끼 때문에 집을 장만했고...
유끼가 저한테 해준게 너무 많아요. 그런데 저는 우리 유끼에게 잘 해준것도 없는데...
요새 바쁘다고 제대로 놀아주지도 못하고 가끔 피피 실수 한다고 혼내기도 했는데... 이렇게 가네요.
하지만 영원한 이별에 완벽한 준비란 없는 거니까... 다행히 제가 집에 있을 때 작별인사하게 해준 우리 유끼가 아주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유끼를 사랑해주신 모든분들, 우리 유끼 지금 하늘나라에서 날개달고 행복하게 날아다니고 있으니까 웃으면서 작별인사 해주세요.